|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이삭이 나아가 많고 늙어 기운이 다하매 죽어 자기 열조에게로
돌아가니 그의 아들 에서와 야곱이 그를 장사하였더라”
23-29: “야곱이 가럇아르바의 마므레로 가서 그의 아버지 이삭에게 이르렀으니 가럇아르바는 곧 아브라함과 이삭이 거류하던 헤브론이더라”
야곱의 장자인 르우벤은 아버지의 첩 빌하와 동침함으로써 야곱 가정사에 씻을
수 없는 부끄러운 일을 남겼습니다. 어제 해설에서 언급했듯이 나이든 아버지를 죽은 자로 간주하여 그의
권한을 승계 받는 차원에서 아버지의 첩과 동침하는 것은 가나안 문화에 함몰된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차남과
셋째 역시 세겜 사람들을 학살함으로써 가나안 땅에서 돌이킬 수 없는 적대심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들은
반대로 가나안 문화에 저항하여 파괴하는 행위로 보여집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율법과 다른 이질 문화와
대응할 때 극단적인 두 가지 예를 보여줌으로써 둘 다 실패한 정황을 그려주었습니다.
이러한 말씀들은 그리스도인으로써 우리가 이 땅에 살면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세상과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경고의 말씀처럼 들립니다. 신앙생활은 시기와 상황과 시대에
따라 적용되어야 하고 그 때마다 성령의 충만한 믿음으로 뱀과 같은 지혜가 절실히 필요할 시점이라 생각됩니다. 그만큼
일률적으로 비판해서도 안되지만, 모든 것을 다 포용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따라서 각자가 받은 은혜와 달란트 만큼 지혜롭고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때문에 자의적인 믿음의 발로로 막연하게 세상규범을 무시하는 단계까지 가지
말아야 합니다. 세상의 질서와 법도 하나님께서 제정하셨으므로 객관적인 선의 기준을 지켜야 하며 세상이든
교회이든 간에 공통적인 규례와 법규는 철저히 지키는 것이 옳다고 판단됩니다. 쉽게 한다면 교통법규 같은
기본 조항은 누구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범입니다. 목사나 장로 등 신자가 교통법규를 위반해서 딱지
떼는 일을 예사롭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죄이기 때문입니다.
야곱에게는 12명의 아들이 있습니다.
레아와 라헬, 라헬의 여종 빌하와
레아의 여종 실바가 낳은 순서로 아들의 명단이 기록되었습니다. 이러한 명단이 현재의 위치에 기록된 것은
이삭의 토레돗(계보)를 마무리하고 야곱의 계보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이루어집니다. 우리는 이미 아브라함의 죽음을 앞두고 다룬 기록을 볼 수 있었습니다(창 25:7-11절 참조). 또한
뒤에서 요셉의 이야기에도 죽음과 12명의 야곱의 아들들 명단을 기술하고 있습니다(창 49:29-50:14절 참조).
그러므로 12명의 아들들의 명단을 특별한 신학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따라서, 이삭의 계보가 마무리된 한 단락이 끝났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입니다.
일단 11절에서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예언의 첫 단계 성취로서 12명의 아들들로 확산되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야곱은 드디어 아버지 이삭이 생존해 있는 "기럇아르바의 마므레(27)"에 도착하였습니다. 이곳을 헤브론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삭은 야곱이 밧담아람으로 도망칠
무렵에는 브엘세바에 거주하였는데, 좀더 북쪽으로 이동하여 기럇아르바에 정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헤브론이라 지목된 기럇아르바는 아브라함이 조카 롯과 헤어진 후 여호와의 음성을 듣고 정착했던 곳이 헤브론에
있는 마브레 상수리 수풀이었습니다. 또한 그곳에서 가나안 땅을 약속하셨고, 할례를 행했으며 아브람에서 아브라함으로 개명을 했던 곳이며, 아브라함이
사라에게 아들(이삭)을 약속 받은 땅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일은 아브라함 때에 가나안 땅 중에서 유일하게 소유한 등기부를 가진 땅이 마브레(막벨라 밭)였습니다.
성경에서는 이처럼 다른 설명을 첨가하지 않고 지명이나 이름을 기록함으로써
그 사연과 역사를 포함하는 뜻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생소할지라도 지명의 위치나 처음
이름이 거명되는 때의 정황을 이해하는 것이 특히 구약을 흥미진진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접근하는 필수적인 요소임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성경공부가 반드시 필수요건입니다.
이삭은 기력이 쇠하여 180세에
죽었습니다. 사실은 이미 야곱과 에서가 장자권으로 다툼이 있었을 먼
40-50년 전부터 기력은 쇠했다고 하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눈이 멀어 두 아들을 구별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별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도 오래 살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살기가 힘들었던 세월이었습니다. 즉, 병원 침상에서 몇 십 년을 산다 한들 사는 것 같지 않는 것처럼, 이삭의
말년이 하나님의 일을 행하지 못한 채로 목숨만 부지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이삭이 그
동안 살아 있었다는 그 자체가 하나님의 약속 가운데에서 큰 의미가 있을지 모릅니다.
일단은 아브라함을 이은 약속의 후계자로서 위치입니다. 그가 기럇아르바의 마브레에 정착하여 그곳에서 운명을 달리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사명은 큰 것입니다. 왜냐하면 마브레 땅 곧 막벨라 밭이 있는 굴은 유일하게 이스라엘 소유의 땅이었습니다. 이 소유권이 타락하여 가나안 땅의 모든 권리를 상실한 가나안 일곱 족속을 대신하는 가나안 땅을 소유할 수 있는
근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자면 알래스카 땅을 러시아가 사냥거리가 없다고 해서 미국의 한 개인에게
팔았습니다. 이름을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이후로는 그 땅
소유가 러시아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버렸습니다. 그리고 1세기가
지나가기도 전에 이 땅의 가치는 수 만 배로 치솟았으며 지금은 도저히 그 한계를 계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값어치를 갖게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땅을 치고 후회한들 아무 소용없게 되었습니다.
이삭은 마브레에서 죽었고 에서와 야곱은 함께 아버지의 장례를 치릅니다. 이 땅은 가나안 정복이라는 원대한 계획의 일환이 되었습니다. 미래에
소명을 실현할 때까지는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겠지만, 이삭의 묘와 아브라함 그리고 사라의 묘가 있는
마브레 땅은 이로서 이스라엘 소유의 땅이라는 확실한 근거를 한 가지 더 추가했다는 데 의의가 있는 것입니다.
또한 두 형제가 함께 아버지의 장례를 치렀다는 것은 그들 사이에 완전한 화해가
이루어졌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두 형제가 20년 만에 만나고
헤어질 때, 화해하였다고 볼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때에 에서는 야곱보다 훨씬 선하고 인간다운 모습을 갖추었던 것으로 보였고 야곱은 에서를 피해서 여전히 머뭇거렸습니다. 29절 마지막 말씀은 이러한 우려를 씻어줍니다.
"이삭이 나이가 많아 늙어 기운이 다하매 죽어 자기 열조에게로
돌아가니 그이 아들 에서와 야곱이 그를 장사하였더라(창 35:29)"
36:1-8: “에서가 자기 아내들과 자기 자녀들과 자기 집의 모든 사람들과 자기의 가축과
자기의 모든 짐승과 자기가 가나안 땅에서 모은 모든 재물을 이끌고 그의 동생 야곱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갔으니”
야곱이 계보가 있기 전에 에서의 계보가 기록되었습니다. 이 같은 유형도 창세기 단락의 표준적인 표제입니다. 이스마엘의 계보가
있고 난 다음에 이삭의 계보가 시작된 것처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에서는 가나안의 딸들과 결혼했습니다. 세 명의 가나안 의 딸들의
이름과 출신 족속이 앞서 기록된 명단하고 틀리게 나타납니다(창
26:34; 28:9 참조).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으므로 추론하게 되는데, 결혼 후에 아내들의 이름을 개명했거나, 아니면 또 다른 세 명의
아내들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서의 재산도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야곱이
가진 재산에 비해 적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평탄한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많은 자녀와 후손을 거느리게 되고 나중에는 에돔이라는 민족의 조상이 되었습니다. 6절에 근거하여 그 역시도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약속에 합치되는
복을 받았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미 필자가 언급했지만, 아브라함과
이삭과 같이 자기 족속의 딸들을 선택하지 않고 가나안 딸들과 결혼함으로써 일차적으로 하나님 백성에서 혈통적으로 멀어져 갔습니다.
에서는 이렇게 가족의 뿌리를 떠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가나안 땅에서 태어났고 그 땅에서 자랐으며, 결혼도 하고 자식도
가졌으며, 재산을 형성하게 만들어준 이 약속의 땅을 떠납니다. 야곱과
자신의 소유가 풍부해서 이 땅은 비좁으므로 더 좋은 땅을 찾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에서의
생각은 현명했을지 모릅니다. 더 들판이 기름진 에돔 땅을 선택한 것은 그만이 터득한 비법에 의해서일
것입니다. 땅의 진가를 알아보는 안목이 탁월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사실 에돔의 산등성은 가축을 방목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그렇지만 에서의 축복은 야곱에서부터 기인한다는 사실에 그(후손들)는 등한시 했습니다. 즉, 하나님의 말씀에는 순종할 마음도 관심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에서의 영원한 실수였습니다. 그리고 치명적인 잘못을 범한 것입니다. 동생
야곱을 떠나지 않는 것이 그에게는 복이었습니다. 세상적 안목과 말씀으로 세상을 보는 관점은 분명히 다릅니다. 우리는 자칫 실수를 범하는 것이 바로 세상의 복에다가 하늘의 복을 일치시키려는 데 있습니다. 매우 잘못된 신앙입니다. 하늘의 복으로부터 세상의 복을 찾아야 하는데
순서가 뒤바뀌게 되면 예수 시대의 대제사장과 바리새인의 신앙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야곱은 대신 밧담아람에서 혈통이 같은 여인과 결혼하고 자식도 낳았으며, 재산도 모았지만, 다시 가나안 땅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아브라함의 약속을 유일하게 물려받는 후계자가 되었습니다. 야곱의
삶은 하나님의 뜻대로 사는 삶입니다. 겉으로는 야곱과 에서의 삶이 특이하게 차이 나지는 않습니다. 국경이 없던 고대에서 물(샘) 따라
초목지를 따라 이동하는 유목민으로서는 좋은 초목지를 따라 가는 것이 잘못된 것처럼 보이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하나님의 약속대로 신뢰하고 사느냐, 아님 이와 무관하게 자기 좋을 대로 사느냐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살펴보았듯이 그 삶 자체가 세상의 규범에 맞춰 악했느냐 선했느냐의 기준을 따지기 전에 하나님을 신뢰하였느냐의
차원으로 판단의 기준이 정해져야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