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그러나 너희 듣는 자에게 내가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며(눅
6:27)”
27-38: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 6:31)”
어제 말씀에서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가난하게 된 제자들은 예수님과 함께
할 때에 복된 자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를 소유한 자는 이 땅에서 세상적인 가치관과는 상이한
관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라면 “원수를 사랑하고 남을 비판하지 말 것”을 명령 받게 됩니다. 이러한 명령을 실행에 옮길 때에서야
비로소 가난한 자로서 복음에 합당한 삶을 살아 갈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원수 사랑과
남을 비판하지 말라는 명령은 하나님의 명령이요, 인간이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명령은 아닙니다.
원수 사랑은 유일하게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은 아닙니다. 고대의 문헌에는 원수 사랑이 원한을 뛰어 넘는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 실천되었습니다. 강한 자가 약자에게 호의를 베풀 때에도 원수 사랑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또는
약자가 강한 자에게 어떤 피해를 미리 막기 위해 원수 사랑을 실천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또는 원수가 약할 때 호의를 베풀게 됨으로 자신의 도덕적 우월감을 나타내기도
하고, 원수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방편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쿰란
공동체도 하나님께서 갚아주실 것을 믿음으로 해서 악을 선으로 갚았습니다. 그 밖에 이교나 기타 종교에도
이와 유사한 원수에게도 똑 같은 선을 베풀라는 구문들이 발견됩니다.
그래서 성경말씀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명령에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원수 사랑을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누가 공동체 내에서 국한적으로 살펴보면,
이 믿음의 공동체에 박해를 가하는 자들을 향한 복음 전도적인 성격을 띤 전략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공동체의 유익을 위해서 필요한 모든 요구들을 철저하게 받아드리는
한편 이를 원수와 관련하여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명령으로 보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원수로부터 핍박을
고스란히 받았던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피신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쪽 뺨도 돌리지 않았으며(행 23:2-3절 참조), 바울의
경우는 로마 시민권자로서 원수들로부터 오히려 자신을 보호하였습니다.
본문에서 말씀하신 “원수를 사랑하고 미워하는 자를 선대하라(27)”는 명령은 위에서 언급한 조건부 원수 사랑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원수를 위해 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일시적인 감정이나 겉치레의 사랑이 아니라, 하나님의 감시 하에 진솔한 원수 사랑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그리스도의 공동체를 위해서 사적인 원수 관계를 뛰어넘어야 하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원수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제자들을 반대하는 자들로 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협의적인 반대자와
광의적 반대자를 구분해볼 수는 있겠으나, 누가가 생각하는 원수는 그들에게 직접적인 박해를 가하는 반대자를
지목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주하는 자에게 축복하며 모욕하는 자를 위해 기도하는
것(28)”은 원수 사랑의 기본이 됩니다. 이는 곧 내면적인 성찰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이와 같은 예수님의 요구사항은 제자가 되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제자가
되었기 때문에 실천할 수 있는 명령입니다. 제자가 되는 것은 바로 예수께서 메시아이시고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구원의 은혜를 베푸신 분이심을 받아들이는 믿음입니다.
구체적으로 원수란 “그들의 뺨을 치는 자들이요, 겉옷을 빼앗는 자들(29)”입니다. 이를 문자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이 구절에 대한 해석은 필자의
마태복음 5:39-42절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원수 사랑에
대한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표현은 감정의 격함, 모욕, 물질적인 손실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 대해서 열려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예수의 공동체를 박해하는 무리들은 여러 부류들이 있었습니다. 바리새인, 유대인, 로마정부, 그 외 이방인 등이 있지만, 그들 집단은 교회가 사랑의 능력으로
품어야 하는 하위 세력들이며 교회는 원수까지도 사랑할 권세를 지닌 상위 세력임을 보여준 것입니다.
내가 손해를 보고 피해를 당하더라도 “그들을 위해서 내어 주고 내 것을 가져 가는 자에게
찾지 말라(30)”고 명령하셨습니다. 강제로
빼앗겨도 돌려달라 하지 말고, 부당한 요구일지라도 거저 주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적극적으로 원수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열린 태도를 가지라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그러면, 어디까지 용납할 것인가?
내 것(재물)을 다 빼앗길 때까지 반항하지 말고
지켜보고만 있으란 말인가? 심한 모욕과 억지 누명을 쓰며 사회에서 매장 당할 때까지 참고 있어야 하는가? 이러한 부분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원수까지 사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내 모든 것을 다 빼앗겨도 항변하지 말라는 점을 보편화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당시 누가
공동체의 상황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원수는 곧 교회를 적대시하는 악의적인 성향을 지닌 자들이라고 이해합니다. 때문에 원수 사랑은 형식이나 겉치레가 아니라 내면 깊이에서 올라오는 진심의 표현일 때 원수를 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격적인 감동을 일으키라는 것이지, 바보처럼 내
재산을 다 빼앗길 때까지 웃고 서 있으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 6:31)”
원수 사랑은 결국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만큼 바로 그 만큼을 남에게
먼저 대접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남이 나를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이 내가 남을 대하는 방법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남이 내가 한 만큼 대접해주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31절 말씀은 황금률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한 설명이 더 필요하면
필자의 마태복음 7:12절 해설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그러면
예수의 제자라면, 원수를 포함하여 남을 이렇게까지 사랑해야만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하나님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는 것은 인간이면 당연히 가지는 성품입니다. 사랑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본능이기도 합니다. 농촌에 가면 품앗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모내기 철에 각자의 논을 서로 돌아가면서 일손을 거들어주는 관습입니다. 마찬가지로
서로에게 유익을 얻기 위해서 호의를 베풀어주는 것은 다음에 내가 그 호의만큼 되돌려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은
경조사 때에 축하금이나 부의금액수에 따라 상부상조? 하는 경우와 비슷합니다.
이것이 사랑하는 자를 사랑하는 것은 죄인도 사랑하는 자를 사랑한다고 비판하셨습니다. 조폭들도 보스의 경조사 때면 무슨 행사를 치르듯이 삐까 번쩍하지 않습니까? 이것은
사랑도, 우정도, 의리도 아닙니다. 복종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위협과 두려움 때문입니다. 사람에게
인정을 받거나 되돌려 받기 위한 사랑의 발단은 세상에서는 유리하게 통하는 관습일지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제자가 행한 선한 일에 대해서 세상은 보상하지 않습니다. 오직 원수를
사랑할 때 선대하고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꾸어주면 그 보상은 하나님께서 준비하십니다.
하나님의 보상 개념은 1:1이
아니라 1:무한입니다. “그리하면 너희 상이 클 것이요 또 지극히 높으신 이의 아들이 되리니 그는 은혜를 모르는 자와 악한 자에게도 인자하시느라(35)” 그 상이 얼마나 클 것이라는 측정은 할 수 없습니다. 너무 크기 때문이요, 은혜를 모르는 자, 악한 자에게도 인자한 분이시므로 무한정의 상을 받으리라는 추론을 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인류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받기를 원하십니다. 그 도구로 그분의
제자들을 세우셨고, 그러므로 제자들은 하나님의 뜻대로 원수까지 사랑해야 마땅하며, 원수를 사랑하는 그 자리가 바로 복음이 살아 역사하는 현주소가 되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용서하면 용서를 받을 수 있고, 비판하지 않으면 비판에서 면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정죄하면 정죄가 따르고 정죄를 회피하면 내에게도 정죄는 없습니다. 즉
남을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내가 헤아림을 받는다는 원칙입니다. 믿음에 열심인 신자가 자칫 범하는 실수가
남을 비판하는 경우입니다. 우리는 자신처럼 신앙생활에 열등한 자를 함부로 정죄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도덕적으로 무분별하거나 진지하게 교회를 섬기지 못하는 경우에 핀잔을 주거나 자비를 보이지 못하는 태도입니다. 사생활까지 언급하여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는 일도 생기게 됩니다.
그러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의 실수와 잘못을 자신의 신앙생활에 적용시켜
믿음을 점검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며 때로는 회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이럴 때, 상대방을 용서하고 중재할 용의를 언제나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비판이나
정죄대신 화합과 갈등의 상처를 감싸 안는 사랑하는 기회로 삼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말씀은 나 또는
믿음의 공동체에게 잘못을 저지른 사람을 용서해주라는 것이지, 잘못한 사람을 죄 없다고 인정하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그를 판단하고 정죄하는 것은 하나님의 몫입니다.
때문에 “비판하지 말라, 정죄하지 말라, 또는
용서하라 베풀라(38-39)”고 하는 명령은 무조건적인 타협과 묵인 또는 포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죄를 저질러도 감싸주는 것이 남을 이해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랑을 실천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무조건 소극적이고 비굴하기까지 한 삶이 남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 아닙니다.
이 명령 앞에서 우리는 적극적인 신앙의 삶을 요구 받고 있습니다. 비판하지 말라는 말씀은 곧 내가 남에게 비판 받을 잘못을 범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것입니다. 정죄하지 말라는 말씀도 내가 남 앞에서 정죄 받을 만한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하나님의 말씀에 적극적으로 순종하고
섬기며 아직 약한 믿음을 가진 자에게 본을 보이는 자세입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삶은 사실 피곤하고 어렵고 힘듭니다. 많은 희생과 손해를 감수하는 삶이요, 공동체 안에서 낮아져야 하는
삶입니다. 그리고 돌아오는 보상은 없고 오히려 실수에 대한 보응은 정확하게 계산되어 되돌아옵니다. 즉,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섬김의 삶입니다. 그러나 이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하나님께서 지켜보시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가 헤아리는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눅 6:38)”
비판하지 않고 용서하게 되면, 내가
저지른 과거의 죄, 잘못으로 말미암아 용서를 받고 자유롭게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베푼 만큼 되돌려 받으리라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에게 후히 주어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이는 그렇게 넘치도록 후히 베푼 자들에게 주실 상급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여 주시겠다고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과연 믿을 수 있는가? 그것은 각자의 믿음의 몫입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호의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으시고 이런 성도에게는 하나님의 사랑의 잣대로 판단하여 하나님만큼의
복을 후히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베드로가 여짜오되 보옵소서 우리가 우리의 것을 다 버리고
주를 따랐나이다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하나님의 나라를
위하여 집이나 아내나 형제나 부모나 자녀를 버린 자는
현세에 여러 배를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 하시니라(눅 18:28-3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