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나무 타는 냄새를 맡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어제 이른 아침에 신기하게도 나무 타는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그 출처야 알 수 없었지만,
분명히 나무 탈 때, 그 고유한 냄새를 맡았다는 것은
행운?이라고 말해야 하나 싶지만, 반가웠습니다.
아마도 청소하시는 분이 떨어진 프라타나스 잎새나
작은 공원(은마 아파트 근처에 있음)의 잔 가지들을 태웠으리라 생각되었습니다.
매케한 냄새를 따라 가고싶었지만, 그럴 시간은 없었습니다.
나이가 든 분들은 나무 타는 냄새에 아련한 추억들이 떠오를 것입니다.
어릴 적에는 연탄으로 밥을 하기 이전에 나무를 패서
산처럼 쌓아두고 팔았던 장작파는 집을 기억합니다.
시골 저녁시장에는 어김없이 나무가지를 잘라 한아름 칡넝굴로 묶어서 이고 오는
지게짐을 진 남정네나 아낙네를 보는 일은 흔했습니다.
그리고 흥정해서 땔 나무를 사면 개울 건너 집까지 가져다 주는 서비스는
기본이었습니다. 부엌 뒷칸에는 아름들이 나무 짐들이 있었고,
나무가지 종류가 다양해서 저녁짓는 아궁이에 타는 나무 냄새는
제각각이어서 쓴맛, 단맛, 매운맛, 그리고 달콤한 향내 나는 나무도 있었습니다.
매워서 눈물이 가득 고인 어머니의 타박에도 아랑곳 없이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서 아궁이에서 타들어가는 나무가지를 보았습니다.
나무 끝 자른 자국에서는 아직 덜 마른 나무 즙이 보글거렸고.....
이런 거 젊은 사람들은 아마도 모를 것 같습니다.
나무를 태우는 일이 어린애들에게는 금지되었지만, 어머니 등 뒤에서
빨갛게 타는 나무 열기에 얼굴이 화끈거리는 재미도 솔솔했던 것 같습니다.
그 매콤하게 나무 타는 냄새를 잠시나마,
빨간 불이 켜졌을 때, 그것도 그 유명하다는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거리에서
맡을 수 있었던 그날 이른 아침은 기분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왠 나무 연기 땜에 호들갑이냐고 할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나이 값도 못한 호들갑스런 글을 올리면서 말이지요.
그래요. 어머니 꾸중처럼,
목사가 되었음에도 그런 타박마저 그리워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