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계속되면 산행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특히 장대같이 퍼붓는 비를 맞으며 산 속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산 길은 운무에 가려 잘 보이지 않고, 냇물이 어느덧 불어나 큰 폭포를 이루며 흐를 때에는 길마저도 잃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입산통제가 수시로 이루어지는 국립공원 내에 산은 사전에 정보를 잘 알아보고 출발해야 합니다.
전번 주에 두타산(삼척소재)을 찾아갔다가 말만 듣던 우중산행을 하였습니다. 온 종일 퍼붓는 비를 흠뻑 맞으며 시원한 산행을 했지만, 서울로 돌아올 때까지 젖어버린 옷이 마르지 않아 무척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에어콘 바람에 그토록 추위에 떨어 본 여름날은 아마 앞으로도 없으리라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이번 산행에도 우중산행이 될거라 짐작하고 카메라를 베낭에서 꺼냈다 집어넣다를 반복하면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미련이 있어서였는지 카메라를 여러 번 비닐로 싸고 헝겁으로 둘르고 나서야 베낭 깊숙히 집어넣기로 하였습니다.
워낙 기상청 예보를 신뢰할 수 없는지라, 이번에도 한 컷도 건지지 못해도 좋다고 마음을 다졌습니다.
그런데 덕유산은 의외로 청명한 하늘 빛을 보여주었고, 화사한 여름 산 꽃들이 너무 반갑게 맞아준 것 같았습니다.
아마도 카메라를 두고 왔다면 평생? 후회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