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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하나님이 나를 억울하게 하시고 자기 그물로 나를 에워싸신 줄을 알아야 할지니라(욥 19:6)”
1-6: “너희가 참으로 나를 향하여 자만하며 내게 수치스러운 행위가 있다고 증언하려면 하려니와(욥 19:5)”
욥은 세 친구들에게
네가 언제까지 내 마음을 괴롭히며,
말로써 나를 산산조각 내려느냐?
고 항변하였습니다. 욥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고통을 참는데도 기진맥진한대, 더군다나 친구들의 비난까지 들어야 하니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친구들은 욥이 당하는 모든 재난과 고통은 그가 지은 죄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윽박질렀습니다. 그래서 욥은 친구들을 향해서 하나님께 죄를 지어도 내가 죄값을
치르는 것이지, 너희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욥 자신은 이 고통과 재난이 죄의 결과로 해석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가하는 고문으로 이해합니다. 즉, 하나님에 대한 경험을 통해서 까닭 없이 주시는 재앙일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분명히 내가 알지 못하는 하나님의 뜻이 있을 것으로 믿었으므로 하나님의 신뢰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너희 생각에는 너희가 나보다 더 낫겠고,
내가 겪는 이 모든 고난도
내가 지은 죄를 증명하는 것이겠지.
그러나 이것만은 알아야 한다.
나를 궁지로 몰아넣으신 분이 하나님이시고,
나를 그물로 덮어씌우신 분도 하나님이시다.
욥은 스스로 올가미에 말려들지 않았다고 항변합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자신을 올무에 빠뜨렸으며 괴롭게 하셨다고 항변합니다. 욥은
하늘에서 일어난 상황을 알지 못했지만, 그가 자신에게 닥친 재앙과 고통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게 됩니다. 비록 이렇게 말할 수 있는 확신에는 하나님께서 공의롭지 못하시다는 위험수위까지
도달했다는 느낌도 있지만, 하나님의 계획을 전혀 알지 못하는 욥의 입장으로서는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7-12: “그(하나님) 군대가 일제히 나아와서 길을 돋우고 나를 치며 내 장막을 둘러 진을
쳤구나(욥 19:12)”
친구들에게 항의하였던 욥은 이번에는 하나님께로 불합리하고 억울하다는 항변을
계속합니다.
폭력이다! 하고 부르짖어도 듣는 이가 없다.
살려달라!고 부르짖어도 귀를 기울이는 이가 없다.
하나님이,
내가 가는 길을 높은 담으로 막으시니,
내가 지나갈 수가 없다.
내 가는 길을 어둠으로 가로막으신다.
폭력이다라고 부르짖어도 외면하시는 하나님,
살려주시오!라고 부르짖어도 듣지 않으시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하나님, 욥은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하고 있었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외쳐도
구해주지 않으시렵니까? 하나님께 향한 욥의 절규는 막바지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체면도 없어졌고, 권위와 어떤 능력도 인간의 지혜도 모두 깡그리
다 버렸습니다. 이제는 울부짖음과 절망에서 터져 나오는 탄식만이 욥의 전부였습니다. 그는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어떻게 하셨는지는 낱낱이 보고하고 있습니다.
내 영광을 거두어 가시고,
머리에서 면류관을 벗겨 가셨다.
내 온몸을 두들겨 패시니,
이젠 내게 희망도 없다.
나무 뿌리를 뽑듯이,
내 희망을 뿌리째 뽑아 버리셨다.
하나님이 내게 불같이 노하셔서,
나를 적으로 여기시고,
나를 치시려고 군대를 보내시니
그 군대는 나를 치려고 길을 닦고,
내 집을 포위하였다.
마치 하나님께서 욥을 지목하여 두들겨 패시는 분으로 묘사합니다. 그가 가졌던 영광도 면류관도 다 빼앗아 가시고, 모든 희망이 사려졌는데도, 나무 뿌리를 뽑듯이, 모든 희망을 뽑아내셨다고 하소연합니다. 하나님의 대적으로 욥을 지목하시고 욥을 치기 위해서 군대를 보내시는 하나님이십니다. 그 군대가 욥을 치기 위해서 길을 닦고 그의 집을 포위하였습니다. 욥이
그리 대단한 존재도 아닐진대 하나님께서는 반드시 멸망시켜야 할 적으로 간주하여 철저하게 욥을 진멸하려고 군대를 보내셨습니다.
욥은 자신에게 닥친 파멸이 하나님께로부터 왔다고 하는 사실을 못 미더워하지만, 냉정히 판단했을 때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왜
자기의 백성을 치려고 하시는지를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악인에게 대적하셔야 할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마치 적을 대하는 것처럼 공격하시는 일을 욥은 사실대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내 가죽이 벗김을 당한 뒤에도 내가 육체 밖에서 하나님을
보리라(욥 19:26)”
13-22: “너희가 어찌하여 하나님처럼 나를 박해하느냐 내 살로도 부족하냐(욥 19:22)”
욥의 외로움은 한층 더 깊어만 갑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욥을 떠났고 비난하며 침을 뱉습니다. 욥은 가족과 친척,
친구, 하물며 자신의 여종들로부터도 완전히 고립되었습니다.
그가 내 가족을 내게서 멀리 떠나가게 하시니,
나를 아는 이들마다, 낯선
사람이 되어 버렸다.
친척들도 나를 버렸으며,
가까운 친구들도 나를 잊었다.
내 집에 머무르는 나그네와 내 여종들까지도
나를 낯선 사람으로 대하니,
그들의 눈에, 나는
완전히 낯선 사람이 되고 말았다.
집안에서 자기를 지켜주어야 할 아내마저 욥을 원망하고 친형제들도 욥을 역겨워합니다. 나그네까지도 욥을 외면하고 돌아섰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철저히 고립된
채로 외롭고 고통스러웠습니다. 아무도 그를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을 한 번만이라도 불쌍히 여겨달라고 애원하기도 하고, 마치
하나님처럼 왜 나를 핍박하느냐고 항변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답답함에 괴로워하였습니다.
나는 피골이 상접하여 뼈만 앙상히 드러나고,
잇몸으로 겨우 연명하는 신세가 되었다.
너희는 내 친구들이니,
나를 너무 구박하지 말고 불쌍히 여겨다오.
하나님이 손으로 나를 치셨는데,
어찌하여 너희마저 마치 하나님이라도 된 듯이 나를 핍박하느냐?
내 몸이 이 꼴인데도,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느냐?
욥은 억울했습니다. 자신의 결벽을
증명한 기회조차 박탈당한 기분이었지만, 누군가가 자기의 하소연을 들어줄 거라는 소망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나의 이 형편을 구전으로 전해지고 전해져서 언젠가는 자신의 결백이 드러날 것이라는 소망을 갖습니다. 또는 어떤 누군가가 그것을 바위에 글로 새겨서 영원히 남겨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욥이 이 고통을 당하는 현장을 스케치하듯이 기록하고, 욥이 겪은
이 고통의 체험을 상세히 듣고 낱낱이 바위에 철필로 기록하여 영원히 보관될 수 있기를 갈망하였습니다.
23-29: “내 가죽이
벗김을 당한 뒤에도 내가 육체 밖에서 하나님을 보리라(욥 19:26)”
아,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듣고 기억하여 주었으면!
누가 있어 내가 하는 말을 비망록에 기록하여 주었으면!
누가 있어 내가 한 말이 영원히 남도록 바위에 글을 새겨
주었으면!
욥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고 전승시켜줄 자를 찾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결백을 기억해줄 자가 있어 이 고통을 기록하여 보관한다면 언젠가는 하나님 앞에 나설 때에 반드시
자신의 억울함이 밝혀질 것을 기대하였습니다. 욥에게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신가? 우리는 본문을 묵상하면서 어려운 점이 바로 욥이 이해하는 하나님에 대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하나님께서는 그를 이유 없이 박해하시고 고통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따라서 욥을 대적하는 대적자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무고함을 증명하실 유일한 분이라고 고백합니다. 이러한 확신은,
비록 하나님의 공격으로 죽게 될 것이지만,
하나님께서 나의 결백을 증명할 증인으로, 나를 억울함을 변호하실 변호사로, 때로는 보호자로, 그의 편을 들어 주실 옹호자로 믿고 있습니다. 그는 먼 훗날에 하나님께서 자신이 법정에 서게 될 때에 욥의 결백을 반드시 입증해주실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떻게 욥은 하나님을 대적자와 보호자로 동시에 인식하고 확신하고
있는 것인가? 가능한 사고인가? 가능하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주만물을 창조하시고 운영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욥의 이해는 매우 지혜로운
태도였습니다. 자신에게 닥치는 화와 복은 하나님 외에 다른 어떤 존재로부터 올 수 없다는 믿음입니다. 그래서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시오, 거두어 가시는 분도 하나님”이라고 이해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닥친
재앙과 고통은 아무리 여러 가지 생각을 해봐도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하나님의 지혜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죽여달라고 호소했고, 죽이지 않으시겠다면 왜 이렇게 살려두는지 알게 해달라고 울부짖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침묵으로 일관하셨습니다. 그래서 욥은 혼자서 독백으로
하나님께 매달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와중에 깊은 생각은 하나님께서 마치 대적자처럼 자신을 맹렬히 치고
계신 것 같았고, 독화살을 쏘아 자신의 영혼에 독이 스며들도록 아픔을 주는 분으로 묘사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러나 욥은 결코 하나님의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아니 떠날 수가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욥을 버리고 비난하며 외면했습니다.
물론 하나님마저도 욥을 외면하는 것처럼 그가 인식했을지라도 욥은 하나님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 오히려
더 가까이 붙들고 매달리며 애원하였습니다. 욥에게서는 오직 하나님 밖에는 신뢰할 분이 없다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내 구원자가 살아 계신다.
나를 돌보시는 그가 땅 위에 우뚝 서실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
내 살갗이 다 썩은 다음에라도,
내 육체가 다 썩은 다음에라도,
나는 하나님을 뵈올 것이다.
내가 그를 직접 뵙겠다.
이 눈으로 직접 뵐 때에,
하나님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욥은 지금 지독한 외로움과 고통의 터널을 지나면서 새로운 하나님을 체험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복입니다.
언젠가는 자기를 살릴 구원자가 이 땅 위에 우뚝 설 날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차 있습니다. 그리고 거친 기왓장으로 긁고 문지른 살갗이 문드러지고 쓰리고 아프고 가렵기 그지없었지만, 그래서 썩어버린 다음에라도, 내 육체가 다 썩어서 없어지고 난 다음에라도, 나는 하나님을 뵈올 것이다라고 확신합니다. 욥이 이 고백을 흔히들
신학적으로 해석해서 부활을 확신했다! 라고 단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가 부활을 깨달아서 이러한 독백을 하였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고통 속에서 체험된 대로 하나님을 향한 그의 확신이 육체 밖에서라도 하나님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담고
있습니다. 직접 눈으로 뵙게 될 때에도 하나님이 낯설지 않을 것이라고 한 점에서 그는 여전히 하나님과
깊은 관계에 들어 가 있음을 스스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다시 욥은 친구들에게 말을 돌립니다. 친구들은
욥을 어떻게 하면 더 괴롭게 할까? 더 강하게 충격을 줄 만한 것은 없는가? 하는 궁리에만 열중한다고 그들에게 화살을 돌렸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너희가 한 말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그러나 이제 너희는 칼을 두려워해야 한다.
칼을 바로 죄 위에 내리는 하나님의 분노다.
너희는,
심판하시는 분이 계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친구들의 말이 하나님의 교훈이 아니고, 단지
욥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방편으로 세상의 잡다한 지혜들을 끌어 모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하찮은 말들이요, 지혜의 말이라고 할 것도 없는 말들을 하면서 마치 하나님 말씀이나 되는 것처럼 목에 핏대를 세워 욥을 책망하는
것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하나님의 말씀을 빙자한
죄악을 범했으므로 하나님의 분노의 심판이 내릴 것이라고 경고한 것입니다. 친구들은 자신들의 자만심과
잘못 알고 있는 하나님의 지혜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즉, 그들의 영적 상태가 왜곡되어
있고, 자칫 썩어 있다고 보았습니다. 욥의 몸이 썩어가는
것보다도 세 친구들의 영혼이 썩어가고 있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도 겉으로 드러나기 힘든
성도들의 영적 상태 점검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영성에 열중하다 보면 괜히 들떠서 실수하거나
자칫 죄를 짓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영적으로 살았는지,
상처입고 썩어가는지를 유심히 관찰하고 치료해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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