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 여름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여행을 떠난 남편과 큰 아들이, 한달 반을 넘게 여행하고 돌아왔다. 1여년 정도를 큰아이 쪽으로 틈틈히 주머니 돈들을 모았고, 남편은 어차피 참석해야할 회의나 여행들이 겹쳐 있어서 그 일들도 해낼겸 길을 나섰다.
평생에 쉽지 않은 아들과의 긴 여행이라, 하나님의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까지 네 나라를 거치고 엇그제야 돌아왔다.
큰 아이는 생기가 그의 온몸과 영혼 구석구석에 잔뜩 묻어 돌아와 그간 여행을 위해 기도했던 내 마음이 감사로 차오르게 한다. 하루 하루살이가 힘든 이 세상의 우리 이웃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꽤나 생긴 셈이다
집에 남아있던 아이들 둘과 나에게도, 못지않게 일이 많았다.
하루하루 긴장해야 할 맡은 일이 있어서 하루를 끝내면 휴우 했고,
평소에도 손님이 많은 편이지만, 예년 여름과 달리 하루 걸러 찾아드는 손님들 때문에
음식과 청소에 시간을 들이면서도, 하나님 나라에서의 삶의 초점을 잃지 않으려 했다.
(뭘 하느라 이러는지 말씀 드릴 수가 없어 죄송하다. 유명인사도 아니고, 그 많은 손님을 치룰 만큼 화려하고 큰 집을 지닌것도 물론 아니다.^^)
여름의 반이 지나가고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거니와, 나는 마치 오십이 다 되어 가는 이 즈음에야 처음 깨닫는 것 같은 사실이 요즘 있다.
바쁘고 결정해야 될 일이 많고, 무거운 프로젝트 때문에 눌리는 일 가운데서 일수록,
더욱 의지와 열심을 발휘해서 주먹을 불끈쥐고 밤잠을 설치는 것이 아니라,
새벽으로 밤으로 그저 내 상태 그대로, 나의 마음과 일거리들을 그분께 조곤 조곤
말씀 드리면서 그분께 나의 시선과 마음을 맞추곤 한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일까..조급하고 두려운 마음을 순종하고 나면, 몇 가지 공정을 거쳐야만 하고, 몇 사람을 더 만나야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물 흐르듯 되어진다.
그렇게 '시간'과 '사람'을 주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고 있다.
우리의 남은 날들을 계수해 주시는 하나님의 기묘한 시간관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차하면 빠지는 유혹이 있다.
하루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 때, 어느날
옆에서 자고 있는 딸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함께 손님치레하고 엄마를 잘 도와서 고맙다고, 며칠전에는 하루 종일 상타는 날로 잡아
극장도 가고, 비싸다고 절대 안사주던 극장 안에서 파는 팝콘도 사주었고^^ 지들끼리
하하호호 좋았던 시간도 많았는데, 왜 자고있는 딸아이 얼굴이 한구석 비어있을까…..
그랬다….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고 실제로 그러한 사역의 한 가운데서도,
나는 하나님 그분께 관한 일이 아니라, 그분께 사랑을 바치고 그 교제를 누려야 하는 것처럼,
나는 어떠한 일상 가운데서도, 특별히 이번 여름 같이 분주한 시간들 속에서는 더욱
아이들에게 마음을 주는 일을 놓쳐서는 안되었었다.
시간과 마음을 들여, 함께 누리고 나누어야 했을 “지금”을 내가 얼마나 많이 지나쳤던 것일까…아이들은 내가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지들끼리 책도 잘 읽고, 운동도 잘하고 잘 노는것 처럼 보였었다….내가 주었어야 했을 마음만 빼고…
자고 있는 딸아이 얼굴의 구석짐은 그것이었다.
나는 성격상 일 그 자체에 잘 빠지는 사람도 아니고, 그 일을 성취함으로 인생이 즐거워지는 사람도 아닌 쪽인데도, 이렇다.
그러니, 막상 온갖 종교적인 일들, 영적으로 포장된 자기 만족이나 자기 성취로 가득한
우리네 일상과 문화는 얼마나 “우상’들로 가득한 것인지 두려운 일이다.
하나님 오직 그분 한분에 대한 사랑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말씀을 통해 알아가고 경험할수록,
그제서야 부부간에 사랑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어떠 해야 하며, 주기만 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사랑도 외롭지 않고, 불안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음을 알아가게 된다.
오십이 다되어 가면서...
나이가 들면 들수록, 그 깊고 넓은 그분의 사랑을 더욱 알고 누리게 될 것 이라는 소망이 생긴다. 하나님을 안다는 것이 시간의 길이에 비례하는 것은 결코 아닐 테지만 말이다.
이번 여름엔 비가 자주 오고 있다.
이것도 기상이변이지 싶은데도,
깊은 밤에 흠뻑 내리는 비는 참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