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진노로 자신을 가리시고 우리를 추격하시며 죽이시고 긍휼을 베풀지 아니하셨나이다”
40-48: “우리가 스스로 우리의 행위들을 조사하고 여호와께로 돌아가자”
어제까지 우리는 유다를 대표하여 예레미야가 직접 체험한 고통과 슬픔을 통해서 하나님의 본성에 가까이 접근한 바를 들었습니다. 오늘 본문 말씀부터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통하여 이제는 죄에 대한 탄식보다는
죄의 근원 캐내어 이 고통스런 심판의 원인을 직시하고 여호와 앞에 참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죄로 말미암은 심판의 고통, 죄의 결과로 닥치는 파멸과 절망에 빠져 슬퍼하기만
한다면 결국은 죽음 밖에는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심판에 따른 고통의 근원이 죄에 대해서 슬퍼하여
회개한다면 아직은 소망이 꺼지지 않았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가혹한 형벌
앞에서 신음소리를 멈추지 못하는 예레미야의 심정을 바라봅니다.
자신들을 되짚어서 지금까지의 잘못된 삶의 잔재들을 낱낱이 파헤쳐서 분석해보자고 촉구하였습니다. 막무대기로 고통을 호소하여 죄에 대한 용서를 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회개하기 전에 자신의 죄를 드러내어 검토하는 단계가 먼저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철저히 잘잘못을 따져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여실히 드러난 죄를
하나님 앞에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며 그분의 긍휼하심을 구하는 간구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바른 이성과 죄의 고백에 따른 참회의 감성이 덧붙여져야 합니다. 마냥 슬픈 영화를 보며 눈물 흘리는 습관이 아니라, 진심으로 가슴
저변에서부터 회환의 눈물이 흘러야 합니다. 즉, 남의 상갓집에
가서 슬픈 표정 짓는 그런 가식적인 회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
우리의 마음을 열고,
손을 들어서 기도하자(애 3:41 표준새번역)”
그리고 하나님과 본연의 의존관계를 회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는 죽음을
각오하는 심정으로 피나는 노력과 후회 막심한 죄에 대한 증오심이 노출되어야 합니다. 그저 입으로만 중얼거리는
회개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지은 죄에 대해서 단 한 올도 그냥 넘김이 없이 진솔하고 기탄없이 몽땅 고백하는
일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또한 겸손해야 합니다.
죄를 자랑하는 것처럼 나는 이런 죄도 저런 죄도 지었습니다. 하면서 방성대곡하는
모양세도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쥐 죽은 듯이 부끄럽고 그리고 겸손하여 골방이나 담 모퉁이에 주저 앉아
하염없이 할 말을 잊으며 회개하는 흐느낌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필자가 이렇게 회개하는 자세와 태도까지
언급해야 하는 것은, 시세말로 방언에다 중언부언하며 큰 소리로 회개하는 모습이 결코 진정한 회개의 기도가
아니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회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자신의 죄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구체적인 고백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나님 앞에 겸손이 엎드려 스스로 죄인임을 실토하는 겸손함이 있어야 하며 진정으로 하나님의 용서와 구원을
갈망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한 모든 삶 즉, 생명을
온전히 주께 맡기고 오직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순종하겠다는 태도로 일관되게 임해야 하는 것입니다.
내가 이 정도로 간절히 순수한 마음과 자세로 간구 드렸으니 당연히 하나님께서는 위로와 용서를 해주실 것이라 단정하는
것은 하나님의 진노를 더욱 가열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입니다. 죄의 용서는 그러므로 전적으로 하나님께
있습니다. 죄에 대해서는 이미 경고하셨으므로 용서는 예외의 것입니다.
회개했으니 당연히 용서받아야 한다는 신앙 자세가 얼마나 교만한 일인지를 깨달아야 합니다. 예레미야의
고백을 살펴보겠습니다.
“우리가 주님을 거슬러 죄를 지었고,
주님께서는 우리를
용서하지 않으셨습니다
주님께서 몹시 노하셔서,
우리를 쫓으시고,
사정없이 죽이셨습니다.
주님께서 구름을 두르셔서,
우리의 기도가
주님께 이르지 못하게 하셨습니다(애 3:42-44)”
이 기도의 내용은 하나님을 향한 원망이 아닙니다. 자신이 죄 때문에 의당
받아야 할 형벌이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불평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감사하며 찬양하는 심정으로 고백하는 내용입니다. 그래서 자신들은
하나님 앞에서 “뭇 나라
가운데에서 쓰레기와 폐물로 삼으셨다(45)”고 고백하기에 이릅니다. 우리는 쓰레기더미에 내 던져진 쓰레기와 배설물에 지나지 않는 존재들입니다.
자신들의 비참함을 인식하고 돌아보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녹해 보이지 않고
고통은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대적들은 여전히 강력했고 공격은 더욱 더 심해졌습니다. 마치 사나운 맹수가 입을 크게 벌려 먹이를 향해 내달리는 비유를 들어 그들의 공격이 얼마나 잔인하고 참혹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표현하였습니다.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조롱과 멸시 앞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는 실로 감내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두려움과 함정과
파멸과 폐허뿐입니다.
내 백성의 도성이 파멸되니,
나의 눈에서
눈물이 냇물처럼 흐릅니다(애 3:47-48 표준새번역)”
49-54: “여호와께서 하늘에서 살피시고 돌아보실 때까지니라”
그들의 두려움과 함정과 파멸과 그리고 폐허의 결과는 하나님과의 언약을 파기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죄악의 무서운 결과를 깨달았을 때에야 비로소 자신들이 얼마나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인간은 항상 이렇습니다. 코 앞에 시뻘건 불 꼬챙이를 들이밀어야
그 때서야 잘못을 시인합니다. 예레미야는 냇물처럼 눈물이 흐른다고 고백합니다. 왜 눈물이 냇물처럼 걷잡을 수 없이 흐르게 되었습니까?
원수들이 땅이 갈라져 사람들이 함몰시키는 상황처럼 원수들이 그들을 살육하는 광경을 보면서, 또 한편으로 우리의 딸들이 바벨론 이방인들에게 겁탈을 당하고 종을 끌려가는 것을 보면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참 슬픈 광경입니다. 언약백성의
파멸의 운명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쏟았던 것입니다. 예레미야는 다시 홀로 기도하였습니다. 그러나 기도는 내장을 끊어내는 아픔의 통곡으로 점철되기 시작합니다.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쉬지 않고 쏟아집니다.
주님께서 하늘에서 살피시고,
돌아보시기를 기다립니다.
도성에 사는
모든 여자가 겪은 일을 보니,
내 마음은
슬픔을 달랠 길이 없습니다(애 3:49-51 표준새번역)
아예 눈 자체가 녹아서 눈물이 되어 흘러내린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치지
않고 흐른다고 원문을 해석합니다. 참혹한 예루살렘 성읍의 비극을 예례미야는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그가 냇물처럼 눈물을 흘리는 것을 하늘에서 하나님께서 내려다보시며 돌봐주실 때까지 눈물을 쏟으리라고 탄식합니다. 그는 애곡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마침내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됩니다. 성도라면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참혹한 현실에 대한 비통함과 잔혹함에 대한 절규과 탄식이 원망이나 증오심으로
굳어지지 않고 하늘의 하나님을 바라는 믿음으로 나가는 일입니다. 때문에 성도라면 예레미야처럼 절망 가운데서
하나님의 돌보심을 기대하는 소망의 기도로 바뀌게 되어야 합니다.
그런다 할지라도 비통한 현실에 대한 아픔과 탄식은 너울처럼 원수들의 공격 앞에서 되풀이 되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간의 연약함입니다. 방금 전에 어떠한 고통이나 절망 속에서도
하나님으로부터 도움이 없을 거라 낙심하지 말아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했으면서도 또다시 새처럼 쫓기는 신세로 자신에 닥친 가혹한 현실에 앞에서 다시
절규하게 됩니다.
까닭없이 내 대적이 된 자들이
새를 사냥하듯 나를 쫓습니다.
그들이 나를
산 채로 구덩이에 처넣고,
돌로 막아서 못 나오게 하였습니다.
물이 내 머리 위로 넘쳤으므로,
‘나는 이제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애 3:52-54).
스올에 갇힌 자처럼 구덩이에 갇혀 물이 머리까지 차 올랐고 이제는 임박한 죽음 앞에서 공포에 질린 절망한 상태를 말하면서도
원수들을 하나님 앞에 고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은연 중에 하나님의 응답을 확신하고 구원을 믿음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