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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여호와여 나의 기도를 들으시며 나의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이소서 내가 눈물 흘릴 때에 잠잠하지
마옵소서 나는 주와 함께 있는 나그네이며 나의 모든 조상들처럼 떠도나이다”
1-6: “주께서 나의 날을 한 뼘 길이만큼 되게 하시매 나의 일생이 주 앞에는 없는 것 같사오니 사람은 그가 든든히 서 있을 때에도 진실로 모두가 허사뿐이니이다(셀라)”
39장은 개인적인 애가로 구분합니다. 37장은
젊은이들에게 교훈적인 의미를 주는 시편이었다면, 본 장은 늙은이에 대한 인식에서 바라보는 시편입니다. 여두둔은 사람의 이름으로 인식하여 찬양대 중의 한
사람으로 생각해왔으나, 오히려 원어 상 고백이라는 뜻으로
학자들은 판단합니다. 즉, 개인적인 참회의 상황에서 사용된
시편일 것으로 추론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정확하게 그렇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 여두둔이 다윗의 중요한 악사들과 함께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주변에 일어나는 범죄행위를 바라보면서 일일이 지적하거나 대항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그리스도인의 생각입니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럽다는 생각이 있으며, 한편으로는 범죄자의 종횡이 나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해서 무관심으로 대하는 경우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매사에 신중하게 처신하는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입니다. 나름대로는
악한 것을 말함으로써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염려가 들어있기도 합니다.
시편기자는 오랜 경륜을 통해서 어떤 일이 있든지 침묵을 지키겠다고 결심합니다. 스스로 입에 자갈을 먹였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우리는 매스컴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악한 자들의 실존을 인지합니다. 그럴 때, 보통사람들은
비난하거나 이를 방치한 정부나 해당 기관에게 항의합니다. 그러나 본 기자는 이럴 때 무관심이 아니라, 스스로 침묵할 수 있는 훈련을 쌓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선한 말까지도 자제하며 침묵으로 일관했는데, 그것이 도리어 자신의 마음에 불을 짚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하였습니다.
“내가 속으로 다짐하였다.
‘나의 길을 내가 지켜서,
내 혀로는 죄를 짓지 말아야지.
악한 자가 내 앞에 있는 동안에는, 나의 입에 재갈을 물려야지.’
그래서 나는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좋은 말도 하지 않았더니,
걱정 근심만 더욱더 깊어 갔다(시 39:1-2).”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사회적인 불만이나, 이유
없이 사회악으로부터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문제는 사소한 일이 아니라, 인생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때, 그 불만과 억울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분노가 치올라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가 있다는 것입니다.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젠가, 유치원 다니던 아이들이 무허가 견학코스에서 화재로 참변을 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 부모가 국가로부터 훈장까지 받은 자였지만, 한국이 싫어 졌고
고위층이 말렸음에도 이민을 떠난 사건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자식을 잃은 부모 심정은 골이 깊어서 어떤
위로의 말과 보상을 한다 한 들 채울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확정된 범인이 죄의 대가를 속 시원하게
받았다는 결과도 아닙니다. 시편기자도 선한 말까지도 자제하며 견딘 결과가 울화가 치밀어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편기자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여호와께 간구함으로 악인을
향한 비방을 가까스로 억제하였습니다. 악인을 향한 비난과 울분을 토로하는 그 자체가 또 다시 죄악을
저지르는 행위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여호와께서 불의하신 분이라고 떠드는 것과 같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인생의 경륜에서 나오는 이 같은 신중함을 보게 되며,
불 끓듯이 치솟는 분노를 우회적으로 돌려 여호와께 드리는 간절한 기도로 승화시켰습니다.
“가슴 깊은 데서 뜨거운 열기가 치솟고
생각하면 할수록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주님께 아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주님 알려주십시오.
내 인생의 끝이 언제입니까?
내가 얼마나 더 살 수 있습니까?
나의 인생이 얼마나 덧없이 지나가는 것인지를 말씀해 주십시오(시 39:3-4).’”
이렇게 기도하면서 시편저자는 스스로 그 해결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관점에서 볼 때,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를 고백합니다. 어떻게 보면 인생자체는 하나님 앞에서는 그 실체가 없는 미미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그 찰나와 같은 인생에서 악에 대해서 분노한들 그것이 무슨 대수가 되겠느냐?
한낱 안개와 같은 인생에서 재산을 축적한들, 누가 기억이나 하겠느냐? 라는 인생의 허무함을 직시하였습니다. 즉, 인생의 무상함을 인지함으로써 현재의 어려움과 울분을 무마하려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시편기자는 악한 세태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할 것을 주문합니다. 삶에 대한 가치 인식은 인생의 무상함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야 말할 자격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그래서 사사건건 세상의 일에 대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좀더
길고 넓게 그 범위를 측정해서 짧은 인생 안에서만 계산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즉, 영원 안에서 하나님의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고백하기를 하루가 천년 같고 천 년이 하루 같다고 하였습니다. 여유롭게 세상을 보는 관점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7-13: “주여 이제 내가 무엇을 바라리요 나의 소망은 주께 있나이다”
인생의 무상함, 그리고 악한 세상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시편저자는 모든 바램을 주께 돌립니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 세상에서
시련만이 엄습하는 현실 속에서 내가 고민하고 서성거리며 분노를 치켜 세울 필요가 있겠는가? 인생이 아침
안개와 같을 진 데, 재산을 모으겠다고 발버둥치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가?에 대한 허망함을 이제는 주께 향하여 소망을 갖겠다고 하였습니다. 그가
찾아갈 안식처는 주님 품 안임을 고백합니다.
“그러므로 주님,
이제, 내가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내 희망은 오직 주님뿐입니다.
내가 지은 그 모든 죄악에서 나를 건져 주십시오.
나로 어리석은 자들의 조롱거리가 되지 않게 해주십시오.
내가 잠자코 있으면서 입을 열지 않음은,
이 모두가 주님께서 하신 일이기 때문입니다(시 39:7-9).”
그는 알고 있습니다. 악행마저도
하나님께서 통제하고 계신다는 사실입니다. 욥기에서처럼, 사탄도
하나님의 통제 아래에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소망을 오직 주께만 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하나님께 인생의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가장 현명한 판단임을 그는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 외부에서 오는 고통과 고난은 더 이상 그에게 어떤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악한
범죄 행위로 말미암아 의분을 일으킬 이유가 없습니다. 대적은 오히려 이러한 세상으로부터 오는 범죄행위나
까닭 없이 당하는 사회적인 범법행위나 사회악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자신 내면에 잠재해 있던 죄의식이 그의 영혼을 갉아먹는 적이었습니다. 자신의 죄악이 자기를 고통스럽게 하는 원인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죄악에서 건져달라고 간구하였습니다. 결국 악을 향한 침묵은 스스로 악을 저지른 자들과 똑같이
분노하게 되면 그 역시 죄 짓는 행위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위안을 삼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내가 악행 앞에서 침묵할 수 있었던 것은 주께서 악에 대해서 징벌을 내리시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시편기자는 이제 악을 징벌해달라는 기원이 아니라, 자신이 지은 죄에 대해서 용서를 구합니다.
“주님의 채찍을 나에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주님의 손으로 나를 치시면,
내 목숨을 끊어지고 맙니다(10)”
또한 인생은 나그네 길임을 인정합니다. 세상에서
악착같이 모으고 쌓고 높였다고 해서 그것들이 공적으로 길이 남는 재산이 아님을 인정합니다. 마치 인간의
욕망은 좀을 먹어 삭아버리는 옷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욕망과 야망에 기초해서 쌓는 인생은 마지막에
무서운 하나님의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는 무상한 인생에서 유일한 소망이라면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깨달았습니다. 인생의 축복은 영원한 하나님의 뜻을 따라 세상욕망의
올무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 시점에서 그는 눈물의 회개기도를 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주님, 내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내 부르짖음에 귀를 기울여 주십시오.
내 눈물을 보시고, 잠잠히
계시지 말아 주십시오.
나 또한 나의 모든 조상처럼 떠돌면서
주님과 더불어 살아가는 길손과 나그네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떠나 없어지기 전에 다시 미소지을 수 있도록
나에게서 눈길을 단 한 번만이라도 돌려주십시오(시 39:12-13).”
이 땅에서 인생은 덧없이 지나가는 나그네와 같을 뿐입니다. 영구적인 정착지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세상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고 세상에 대한 미련도 내려놓았지만, 죽음을 평온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단 한 번이라도 눈길을 돌려달라고 간구하였습니다. 세상은 인생의 무대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그 무대에서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한낱 나그네와 같은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섭섭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본향은 이 땅이 아니라,
저 하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생명은 이 땅에서 끝이 아니라 연속성을 지니며 영원으로
이어지고 있는 믿음으로 통합니다. 그러므로 한 날 괴로움은
그것으로 충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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