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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율법에 있는 지식과 진리의 모본을 가진 자로서 어리석은 자의 교사요 어린 아이의 선생이라고 스스로 믿으니(롬 2:20)”
17-24: “율법을 자랑하는 네가 율법을 범함으로 하나님을 욕되게 하느냐(롬 2:23)”
본 구절에서 말하고 있는 유대인은 일반적인 유대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 앞에서 잘못된 유대인을 고발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울은 하나님의 백성이 된 자들로서 편만하게
특권의식을 갖는 유대인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네 가지의 형태로
믿고 있다고 보여지는 것입니다. 즉, “맹인의 길을 인도하는 자, 어둠에 있는 자의 빛으로, 율법을 가진 자로, 또한 어리석은 자의 교사라고 단단히 믿고 있습니다(19-20)” 이러한 자부심의 근간을 이루는 것들을 바울은
또한 열거하였습니다.
유대인은 하나님께로부터 율법을 받았습니다. 이와 같은 특별한 은총은 유대
민족을 선택해주신 하나님을 자랑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유대인은 스스로 하나님께서 보증하신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가졌던 것입니다. 때문에 그러한 자긍심이 잘못이라는 뜻은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율법의 소유와 율법을 통해서 오는 특권의식에 함몰되어 화석화 되어버린 선민의식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상은 결국 타 민족보다 자신들이 우월하다는 인식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하나님은 자기들만을 위한 하나님으로 인식하였고 하나님의 뜻을 아는 자들은 오직 유대인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유대인에게 율법은 그러므로 하나님의 은혜의 증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선택하신 민족이 되었기 때문에, 율법을 받았다는 특권의식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하나님의
뜻을 성취한 민족이라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비록 맹인의 인도자가 되고, 어둠에 있는 자의 빛이며 어리석은 자의 선생이라고 하더라도 그들만이 이러한 지위와 혜택을 가졌다는 자부심이
오해를 불러왔습니다. 그것은 유대인 스스로 우선순위를 잘못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를 바울은 다음과 같이 거론하고 있습니다.
첫째로 다른 사람 즉, 이방인을 가르치는 위치에 자신들이 있다고 하면서
네가 네 자신을 가르치는 일은 하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이 말의 뜻 속에는 너희들이 그토록 자랑하는
율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들이 알고 있는 율법은 엄밀히 말해서 일차적인 겉모습뿐이고
그 알맹이는 알지 못한다는 의도를 깔고 있습니다. 바울이 보는 견지에서 “율법의 형식이 아니라 그 안에 예시하고 있는 그리스도에 대하여 그가
하나님의 진정한 지혜임을 깨닫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질적인 예로 율법의 계명을 갖고 있지만, 도둑질하는 자도 있었고 간음을
행하는 자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율법을 배워서 율법의 지식을 터득하고 진리대로 구현하는 의식을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입니다. 그들은 우상을 미워하지만 신령한 성전의 예물 즉, 헌물을 도둑질하는 자들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지적은 “그들의 신앙심이
겉과 속이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유대인들이 그렇게 자랑하고 자부심으로 생각하는 율법과
하나님을, 세상적으로 볼 때는 율법을 범함으로써 하나님을 욕되게 했을 뿐 아니라, 율법을 갖는 은혜를 받았지만, 율법 소유 자체가 민족적인 자랑이
되지 못했다는 말씀입니다. 따라서 이방인보다 더 나을 것이 없으며, 오히려
율법을 소유함으로 인해서 범한 죄만큼 혹독한 징벌을 당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구약의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었으면서도 하나님께 순종하지 못하고 배역함으로써 이방인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그들은 예루살렘 성전을 빼앗기고 포로로 잡혀갔으며 선물로 주셨던 그 땅은 황폐화되어, 결과적으로는 이방인들에게 하나님을 패배한 민족의 하나님으로 멸시당하게 하였고 자기 백성도 구원하지 못하는 허약한
하나님이라고 조롱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바울이 살던 시대 역시 이방인들로부터 하나님이 조롱 당하는
일들이 벌어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유대인들이 하나님의 율법을 몰랐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 알면서도 형식적으로
지키려고 했을 뿐, 내면적으로 율법대로 살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신앙이
타성에 젖어버려서 외식하는 신앙이 판을 치게 되었고,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서는 세상과도 거리낌 없이
타협하는 신앙으로 타락해버렸습니다.
오랜 세대를 거쳐 고대했던 메시아를 그들의 잔재주 때문에 십자가 형으로 죽이는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던 경우도 타성이
젖고 왜곡되고 겉치레만 무성한 외식된 예배가 주된 원인이었던 것입니다. 굳어져서 화석화된 선민사상은
유대인으로 태어났다는 것과 율법을 소유했다는 단순한 사실 때문에 더 이상 냇물이 흐르지 않아 썩어가는 웅덩이처럼 되어버렸습니다.
25-29: “또한 본래 무할례자가 율법을 온전히 지키면 율법 조문과 할례를
가지고 율법을 범하는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겠느냐(롬 2:27)”
바울은 유대인의 삶에 드러난 신앙의 모순점을 정확하게 지적한 후에 25절부터는
이제는 “유대인이 이방인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이방인이 유대인을 정죄하게 된다”는 역설적인 논리를
펴갑니다. 유대인들에게 할례는 타 민족이 함부로 흉내 낼 수 없는 유일한 자랑이요, 자부심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할례를 난지 팔 일만에 행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또한 창세기에 의하면 할례는
여호와 하나님과 그들의 조상인 아브라함이 영속적인 언약의 흔적으로써 계약을 보증했던 것이 바로 할례 행위였던 것입니다. 따라서 할례는 이스라엘이 위기에 처할수록 그들의 정체성과 종교를 확인할 수 있는 필수적인 요소로 발전해왔습니다. 바울이 살았던 시대에도 할례는 유대인들의 중요한 이미지로 역할을 보여주었습니다.
할례를 복합적인 이미지를 가졌는데, 유대인의 자기 정체성, 종교적인 특성, 민족적인 특권, 선민백성의
언약적 호의의 인침, 등과 후에는 할례자체가 이스라엘의 구원을 보증한다는 확신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바울이 할례를 문제로 거론하는 이유가 이러한 배경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바울이 판단할 때, 할례 자체가 갖는 의미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율법 준수는 곧 할례이다라고 인식한 유대인들에게 바울은 율법을 준수하지 않으면 할례자체가 무효이다라고 선언하였습니다. 즉, 율법을 어기면 하나님과 언약을 파기하는 것이 되고 할례는 원래의
의미를 상실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 원칙에 의해서 할례 받지 않는 이방인이 율법을 준수한다면 즉, 율법의 요구를 만족시킨다면 하나님께서는 무할례자를 할례 받는 자로 인정하실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하나님께 순종하는 이방인이 율법의 조문과 할례를 소유했으면서도 율법을 범하는 유대인을 심판하게
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바울의 입장에서 볼 때,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특별하게 맺은
언약의 실체를 무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할례는 율법보다 우선하는 것이 아니고, 율법의 규례 안에 속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무할례자인
이방인도 율법의 본질을 지키면 할례자인 유대인처럼 여기게 될 것이 아니냐? 즉, 구원을 얻게 되지 않겠느냐?는 논리입니다. 따라서 율법을 지킨다면 할례가 무가치하지 않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율법의 요구를 지킬 수 있는가? 지금까지는 유대인이건, 이방인이건 간에 율법의 준수여부가 가능한 일이라고 바울은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아는 지식으로는 율법은 지키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율법은 지키는 수 없으므로 나 이외의
어떤 분께서 대신 지켜 주시는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방인은 할례를 행하지 않았지만 율법을 지키는
사람으로 말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본래 무할례자가 율법을 온전히 지키면 율법 조문과
할례를 가지고 율법을 범하는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겠느냐(롬 2:27)”
바울의 해석을 보면, 율법의 준수한 이방인(이방 그리스도인)의 경우에, 율법을
단순히 외적이고 의식적인 절차를 지켜가는 것이 아니라, 율법의 성취 개념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입니다.
“피차 사랑의 빚 외에는 아무에게든지 아무 빚도 지지 말라
남을 사랑하는 자는 율법을 다 이루었느니라(롬 13:8)”
그런데 유대인이 인식하는 율법은 할례의 실천과 같은 규례의 준수와 성전을 중심으로 드려지는 제의(예배형식)을 지킴으로써 율법을 준수했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유대인은 율법 규례(성전 제의 등)를 성실히 준행함으로써 오히려 율법을 범하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바울은 이 내용을 이렇게 풀어갑니다.
“무릇 표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 아니요 표면적인 육신의
할례가 할례가 아니니라
오직 이면적 유대인이 유대인이며 할례를 마음에 할지니 영에 있고 율법 조문에 있지 아니한 것이라
그 칭찬이 사람에게서가 아니요 다만 하나님에게서니라(롬
2:28-29)”
할례는 위에서 하나님과 이스라엘 사이에 언약의 보증으로 시행되었다고 언급했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하나님이 되시고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 된다는 서약의 표시로 주어졌습니다. 그 할례를 “이제는
마음의 할례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율법의 규례가 중요하지 않고 그 영혼에 새긴 율법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면 육신의 할례는 필요 없는 것인가?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일은 성도로써의 가장 중요한 사명입니다. 예배를
통하여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찬양과 경배를 드리며 하나님께로부터 한량없는 은혜를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예배의 장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믿음의 공동체가
함께 모여서 예배를 드리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마치 예배당 건물이 크고 화려해야만 하나님께 온전히
예배를 드릴 수 있다라는 착각 때문에 건물을 보고 하나님을 찾는 일은 마치 율법을 소유했기 때문에 하나님의 백성이라고 착각한 유대인과 같다 할
수 있습니다.
예배형식에 얽매여서 신실함과 진정한 마음으로 드리는 예배에 흠집이 생긴다면 이 또한 잘못 드려진 예배가 될 것입니다. 진정한 예배의 알맹이가 있고 나서야 예배의 형식이 따라오면 더 큰 기쁨의 예배를 드릴 수 있겠지만, 알맹이는 없고 예배형식이나 건물에 집착한다면 거기는 교회가 아니요, 하나님께서도
받지 않는 예배가 되고 말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눈에 보이는 표적이 중요하지 않고, 보이지 않는 실제가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율법의 조문(규례)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영혼이 먼저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고
있느냐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려면 하나님의 의를 추구해야 하고 하나님의 의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성결의 영이 그 마음을 대신 차지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야 율법의 조문(규례)을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를 돌려드리는 예배가 가능한 것입니다. 따라서 율법의 형식이 아니고 그 마음의 영적인 상태가 중요한 요건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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