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십니까?
“앞에서 가고 뒤에서 따르는 무리가 소리 높여 이르되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더라(마 2119)”
1-11: “시온 딸에게 이르기를 네 왕이 네게 임하나니 그는 겸손하여 나귀, 곧 멍에 메는 짐승의 새끼를 탔도다 하라 하였느니라(마
21:5)”
예수께서는 생애 동안 여러 차례 예루살렘을 방문하셨습니다. 하지만 마태복음서의
기록에는 21장에 이르기까지 예수님의 예루살렘 방문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은 마태복음서에서는 중요한 하나의 분기점으로 기록하였기 때문이라고 학자들은 설명합니다. 우리는 이미 묵상한 이전의 마태복음에서 마태가 예루살렘 입성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 때로부터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기가 예루살렘에 올라가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많은 고난을 받고 죽임을 당하고 제삼일에 살아나야 할 것을 제자들에게 비로소 나타내시니(마 16:21)”
예루살렘 방문이 곧 죽음의 길임을 처음으로 밝히십니다.
“예수께서 이 말씀을 마치시고 갈릴리를 떠나 요단 강 건너
유대 지경에 이르시니(마 19:1)”
갈릴리 사역을 마치시고 이제는 예루살렘을 향한 유대 지방의 여행을 예고하셨습니다.
“예수께서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려 하실 때에 열두 제자를
따로 데리시고 길에서 이르시되
보라 우리가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노니 인자가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넘겨지매 그들이 죽이기로 결의하고
이방인들에게 넘겨 주어 그를 조롱하며 채찍질하며 십자가에 못박게 할 것이나 제삼일에 살아나리라(마 20:17-19)”
예루살렘의 여정을 구체적으로 말씀하시고 이제는 21장에서 본격적인 예루살렘
입성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21장부터는 예루살렘이 바라다 보이는 벳바게를 지나 마침내 예루살렘
성읍에 도착하신 절정의 상황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벳바게라는 고유지명이 어디인지는 정확하지 않으나, 원어 자체로의 뜻은 덜 익은 무화과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대략 추론이 가능한데, 일단 예루살렘이 내려다보이는 감람산 곧 올리브산 위에 있었고 이곳은 아마다 베다니였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감람산은 우리가 알기로 예수께서 부활 이후 40일을
보내시고 마지막 승천하신 곳이기도 하며 종말 때에 재림하실 곳으로 알려진 장소입니다.
예수님과 그의 일행은 여리고 성읍을 지나 감람산에 올라 예루살렘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이때에 두 제자를 맞은편 마을로 보내시는데, “매인 나귀와 나귀 새끼가 함께 있는 것을
보리니 풀어 내게로 끌고 오라(2)”고 명령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 성읍으로 들어가시겠다는 의도였습니다.
우리는 이 때를 유월절기라고 알고 있습니다. 유월절기를 지내기 위해서 갈릴리
지역에서는 수많은 순례자들이 예루살렘으로 여행을 하였습니다. 예수님의 일행도 그들과 함께 순례길을 나셨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염려하는 것만큼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도 조용히 예루살렘에 들어갈
수 있었음에도 굳이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집중시키는 행동을 취하신 것입니다.
대부분 순례길에는 마차나 나귀 등을 타지 않고 걸어서 여행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예수님의
일행도 갈릴리에서부터 걸어서 왔을 것입니다. 그런데 유독 10여
리 길을 남겨두고 새끼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시겠다는 생각은 다분히 의도하신 것이라고 보입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닌 행동으로 메시아이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자 하심이었습니다. 아무튼 예수님의 명령을 받은
두 제자는 곧바로 맞은편 마을로 떠나려고 했습니다.
이때에 “만일 누가 무슨 말을 하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 즉시 보내리라 하시니(3)” 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당시에 나귀는 비싼 값이었습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자가용 자동차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사전에
사람을 보내 그 나귀들을 사두셨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추론할 때, 예수께서
거저 가져오라고 하지는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필자는 이미 값을 치른 어미 나귀와 새끼였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렇게 나귀를 가져오라 하신 까닭은 바로 구약의 말씀을 성취하기 위함이라고 마태는 밝히고 있습니다. 구약의 말씀 인용은 이사야 62:11절과 스가랴 9:9절입니다.
“여호와께서 땅 끝까지 선포하시되 너희는 딸 시온에게 이르라
보라 네 구원이 이르렀느니라 보라 상급이 그에게 있고 보응이 그 앞에 있느니라 하셨느니라(사 62:11)”
“시온의 딸아 크게 기뻐할지어다 예루살렘의 딸아 즐거이
부를지어다 보라 네 왕이 네게 임하시나니 그는 공의로우시며 구원을 베푸시며 겸손하여서 나귀를 타시나니 나귀의 작은 것 곧 나귀 새끼니라(슥 9:9)”
이렇게 예수님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사역의 결정적인 분기점에서 예루살렘의 입성을 구약성경의 예언과 일치시키시는 한편, 구약성경의 예언을 성취시키기 위한 계획적인 일이었다는 사실입니다. 나귀와
새끼 나귀는 그렇게 사용되었습니다. 왕이 되신 메시아의 등장은 겸손함 그 자체였습니다. 커다란 백마를 타지 않고 대신 멍에를 멘 적이 없는 새끼 나귀를 타시고 오셨습니다. 또한 나귀를 타심은 전쟁이 아닌 평화의 모습으로 공격적이고 정복자의 모습이 아니라 의롭고 구원을 베푸시는 온유하신
평화의 왕으로 오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겸손하심은 곧 종의 모습으로 오신다는 의미입니다.
제자들은 어미와 새끼 나귀 등에 자신들의 겉옷을 얹어 놓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새끼 나귀 등에 올라탔습니다. 어미는 아직 한 번도 사람이나 짐을 태워보지 못한 새끼 곁을
지키기 위해 함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새끼가 놀라거나 뛰지 않도록 어미를 함께 동반한다는 조처였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분명히 다윗의 자손으로 왕이셨으나, 겸손한
왕이자 종의 모습이었습니다. 즉, 그분은 자기 백성을 위하여
십자가에 달리실 왕으로서 오시는 모습이었던 것입니다.
새끼 나귀를 타신 전후 좌우로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고향을 나선 순례자들이 마치 왕을 호위하는 것처럼 둘러 함께 행진하는
것 같았습니다. 순례자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예수를 따랐습니다.
그들 중에는 겉옷을 길에 펴는 자들도 있었고, 종려나무 가지를 꺾어 길에 펴서 새끼 나귀를
타신 예수께서 밟으시고 지나가도록 하였습니다. 붉은 카펫 위로 왕이 행진하듯이 그들도 다윗의 자손 메시아이신
왕의 행진을 그렇게 환영하였던 것입니다.
“무리가 소리 높여 이르되 호산나 다윗의 자손이여 찬송하리로다
주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여 가장 높은 곳에서 호산나 하더라(9)” 갈릴리 지역에서 온 순례자들은 하나같이 예수님의 사역을 통해 이적과 표적으로
메시아 되심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왕으로서 예루살렘에 입성한다는 축제 분위기에 동화되었던 것입니다. 그들이 무엇을 바랐는지는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새끼 나귀를
타고 겸손하게 오시는 그분 앞에서 왕으로서 적절한 환영의 예의를 갖춘 것으로 이해합니다.
호산나라는 뜻은 구원하여 주소서라는 의미를 갖지만, 본문의 분위기로 봐서는
“하나님 구원하소서” 혹은 “왕
되신 메시아를 찬양하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두 번째로 호산나는 “가장 높은 곳에서 그의 영광을 찬양하라”는 뜻입니다. 그분이 바로 주의 이름으로 오는 자이십니다.
“너희 모든 나라들아,
주님을 찬송하며,
너희 모든 백성들이,
그를 칭송하여라.
우리에게 향하신
주님의 인자하심이 크고
주님의 진실하심은 영원하다.
할렐루야.(시
117)”
이 일로 말미암아 온 예루살렘 성은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예루살렘 사람들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이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당황한 그들은 열광적인 환호 가운데에 입성하는 그분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알고자 하였습니다. “온 성이 소동하여 이르되 이는 누구냐 하거늘(10)” 예루살렘
사람들의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갈릴리 순례자들은 예수님을 이렇게 소개하였습니다. “갈릴리 나사렛에서 나온 선지자 예수라 하니라(11)” 갈릴리 사람들은 예수를 메시아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나사렛 출신의
선지자 예수로만 소개한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이해가 인간의 한계점인지 모르겠습니다. 갈릴리 사람들은 분명히
다윗의 자손 메시아로 예수님을 불렀고 그렇게 환호하였지만, 당장에 예수님을 소개할 때에는 선지자 예수로만
알렸던 것입니다. 이는 예수님을 종말론적인 선지자로 평가하기보다는 그저 무한히 존경하는 선지자라고만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여집니다. 즉, 마태의 시각으로 볼 때, 11절의 말씀은 신앙고백이 아니라 단지 예수에 대한 정보를 어필했다고 이해합니다.
아직 예루살렘 성읍 사람들에게는 예수님이 진정한 메시아 왕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는 점이고, 예수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제자들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예수를 메시아로 환영하는 것과는 반대로 예수를 죽음으로 몰아갈 자들이었습니다. 갈릴리에서 온 순례자들도
예수님을 정확하게 다윗의 왕 메시아로 알았지만, 그들 역시도 이 오신 왕이 역설적으로 그들을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실 왕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겸손하게 오신 예수님은 백마를 타신 승리의 전사의 모습이 아니라, 죽기
위해 오신 종으로서 오셨다는 궁극적인 진실 앞에 누구도 그분의 참뜻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