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돌아가신지 3년이 넘어간다.
이북 피난민으로, 사촌형님 한분 빼곤 아무도 가족이 없으셨다.
20대 쳥년 어느날, 인민군으로 불려서, 남한으로 내려와 거제도 포로수용소 계시다가
풀려나셨다.
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말씀중에, 매일 밤 덮고 주무시는 이불이 늘 신산했다고 하셨다.
내일이면 갈 수있겠지...하는 세월이 험하게도 흘렀다.
살아 있는 사람에게 어느날 닥친, 자기 의사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고향의 박탈"이라는것이 얼마나 큰 상처며 슬픔인지, 어렸을 때도 몰랐지만,
지금도 안다고 할수 있을지.
워낙에 다정한 성품인데가, 가정이나 집에 대한 생각이 끔찍하셔서,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돌아다니던, 젊은 시절의 나에게
"난 해만 지면 집 생각이 나는데...너는 그리 나 다니는게 좋으냐..."고 서운해 하셨었다.
혼자 겁없이 짐싸들고 여행하던 시절이었다.
성경책 장마다 요약을 빽빽히 써 넣기도 하시고,
주일 성경공부 인도 (그땐 무지 지루했다.)도 하셨고,
우리 교회 학생 수련회땐 "한국 교회사" 뭐 이런걸 강의하기도 하셨다. (별로 좋아하는 학생 없어서 챙피했었다.)
유치부 아이들도 이뻐하셔서, 그일도 오래 하셨고
그 당시 변두리였던 우리 동네에서 한가닥 하는 터프한 학생들도 많이 사람(?) 만드셨다.
아침 일찍 일어나셔선, 우리 삼남매랑 한참을 이불속에서 놀아주시다가 학교로
보내곤 하셨다.
이북에서 농사군이었던 탓에
남한에선 좀처럼 경제에 뿌릴 내리지 못하셨다.
아버지를 보면 정말 늘 "나그네" 같다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가장 피부에 생생하고 추웠던 가난이었지만, 현실세계
그만한 스승이 없다.
그리곤 가끔 이집트왕 앞에서의 야곱의 고백을 내게도 하셨다.
"....우리네 세월이 참으로 험악했노라고....
"우리조상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짧고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
지금 우리 아버진 고향에 계시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