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장로님! 굶주린 동포가 바로 예수입니다!
김 진 목사. 총신대학, 한신대학 신학대학원.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신학부(Ph.D). 크리스챤 아카데미 연구원 역임. 현재에는 개신교 수도원적 영성회복을 위해 예수도원 / 인도 씨알아쉬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30분 만에 읽는 예수", "하나님과 내통하라" "왜 기독교인은 예수를 믿지 않을까?"등이 있다.
‘주님, 저희가 언제 주님께서 주리신 것을 보고 잡수실 것을 드렸으며 목마르신 것을 보고 마실 것을 드렸습니까? 또 언제 주님께서 나그네 되신 것을 보고 따뜻이 맞아들였으며 헐벗으신 것을 보고 입을 것을 드렸으며, 언제 주님께서 병드셨거나 감옥에 갇히신 것을 보고 저희가 찾아가 뵈었습니까?’ 그러면 임금은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 하고 말할 것이다.”(마태복음 25:37~40)
이명박 장로님!
지난 몇 주간 북한의 정권세습에 관한 기사와 보도가 신문과 방송을 뒤 덮었습니다. 그 동안 풍문처럼 떠돌던 북한 정권의 김정은 권력세습을 본격적으로 공식화시키는 것을 보면서 상식을 가진 국민들이라면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편 어떻게 그런 정치문화가 가능하게 되었는지 그 의식(意識)이 다시금 궁금해졌습니다. 그런데 의문 끝에“세습”이라는 단어가 북한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그리 낯설지 않다는 것을 새삼 발견합니다.
장로님도 잘 아실 것입니다. 한국 대형교회의 ‘담임목사 세습’문제가 아직도 논란의 불씨가 되고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북한의 권력세습을 가능하게 하는 물적, 정신적 토대 한국 기독교 안에도 고스란히 내재하고 있습니다. 교회 뿐 아니라 재벌기업의 경영권 세습은 아주 상식적인 기업문화가 되어버렸습니다. 정치에는 그런 문화가 없나요? 엊그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운동장에 모인 사람들이 큰 절을 올리는 것을 보면서 저는 섬뜩했습니다. 북한의 김씨 집안만 욕할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명박 장로님!
서론이 길었습니다. 저는 오늘 장로님이 갖고 계신 북한정책의 기저를 바꿔야 한다고 설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것은 저 아니고도 많은 사람들이 글로나 말로 이미 수없이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변하지 않고 있는 장로님의 북한정책을 향해 제가 한 마디 거둘 맘도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이것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합니다. 북한에 대한 정책은 차치하고라도 더 늦기 전에 저 북한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루 빨리 재개해야 합니다. 이것이 지금 대통령의 자리에 있는 장로님을 향한 하나님의 뜻입니다. 물론 북한 주민의 굶주림은 자연재해 뿐 아니라 북한 정권의 책임이 큽니다. 그러나 굶주림의 문제는 정치나 정권이나 이념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입니다. 우선 급한 굶주림 때문에 죽어가는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의 남아도는 쌀을 지원해야 합니다. 아이티나 중국에 지진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아무 조건 없이 지원하면서 왜 북한에만 정치적 조건을 달아야하는지요? 미운 것은 북한정권이지 북한주민들이 아니지 않습니까? 굶주림 앞에서 북한정권을 돕는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정치논리도 성립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것은 목숨이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장로님 또한 북한 식량난과 굶주려 죽어가는 북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아파 하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명박 장로님!
오늘 성경 말씀을 다시 한 번 읽어봐 주십시오. 오늘 말씀을 보면 예수님은 자신을 ‘그리스도’로 믿고 안믿고에 따라 하늘나라에 가고 못가고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대신 가난한 자, 헐벗은 사람, 나그네 된 자를 보살피고 먹을 나누고 한 사람이 하나님 나라에 간다고 말씀하십니다. 그것이 곧 예수님께 한 것과 마찬가지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북한의 주민은 “헐벗고 굶주리고 있는 예수들”입니다. 이 예수들을 외면하면 되겠습니까? 조건을 달면 되겠습니까? 지금 당장이라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보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주님께 하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북한 주민의 굶주림을 나 몰라라 하고 도와주고자 하는 단체들조차 그 길을 막는다면 주님의 징계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때 가서 ‘주님!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였지 않습니까?’라고 변명해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 장로님!
제가 군대에 근무하던 80년대 중반, 홍수로 인해 큰 피해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김일성 당시 주석이 남한에 쌀을 보낸 적이 있지요? 사실 홍수 피해를 당했다고는 하나 지금의 북한 주민처럼 굶주린 것도 아니었습니다. 북한은 북한의 힘을 과시하려는 정치적 목적도 있었지만 서로의 정부는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부대에서 그 쌀로 지은 밥을 먹을 때 북한에 대해 아주 묘한 감정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남북한의 독재 정권의 ‘정치적 쇼’일 수 있었지만 밥을 먹는 순진한(?) 우리는 달랐습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건강한 통일교육이 되었습니다.
그런 독재정권시절에도 통이 큰 오고감이 있었는데, 지금이라고 못할 것이 없지 않습니까? 어떤 정치적인 수를 고려하지 마시고 이것은 무조건 해야 합니다. 북한 퍼주기가 북한 핵개발을 도왔다는 주장이 옳건 그르건 그런 주장에 빠져있을 때가 아닙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너무 늦어지고 있습니다. 한 시라도 빨리 북한에 쌀과 곡물을 지원하셔야 합니다. 다음의 보도는 절박한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함경남도 신포시 양화리 농장의 농가들은 9월이 되어서도 풀죽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 분배받은 식량을 아무리 아껴먹었어도 춘궁기를 거치면서 식량이 바닥난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7-8월이 되면 햇곡식이 나올 때라 한숨 돌릴 수 있어야 하는데, 올해는 폭우와 폭염에 감자나 보리, 옥수수가 잘 나지도 않고, 그나마 썩어버리는 통에 식량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농장 관리일군들은 작년에 이미 올해 9월까지 먹을 수 있는 양을 다 주었기 때문에 농장에서 더 줄 양이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은 비난 이 농장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장로님이 북한 정권을 원수처럼 생각하고 계실지 모르겠으나 예수님은 비록 원수를 사랑하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정치적 쇼’라도 좋으니 결단을 해야 합니다. 정치력, 외교력은 다른 협상에서 발휘하시고, 식량 원조를 무기로 삼지 마시기 바랍니다. 돕겠다는 단체들의 후원의 길도 속히 열어 주기 바랍니다. “형제 중에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라는 말씀과 굶주리고 있는 북한의 수많은 예수를 깊이 묵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